초격차, 그 이름대로의 발걸음

입력 2024. 12. 23. 오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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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2024. 12. 24. 오전 12:52
초격차, 그 이름대로의 발걸음

뛰어넘을 초(超)자를 쓰고 그 뒤에 사이 격(隔)과 다를 차(差)를 붙여 지은 마명으로 예상되는 초격차가 일요일 부경경마에서 그 이름 그대로 후미와 초격차를 벌리며 우승해 경마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초격차는 22일 금요일 부경경마 3경주(국5등급, 1600M)에 출전했다. 이미 지난 11월 15일(금) 3경주(국6등급, 1400M)에서 후미와 11마신을 벌린 바 있었던 전적 덕분에 단승식 2.4배의 높은 인기로 출장에 나섰다.

경주는 선행마들의 빠른 출발로 인하여 자연스레 선두그룹이 형성되는 형태로 초반 전개되었다. 안쪽 게이트의 이점을 가져간 보령라이트퀸과 아리온태양이 맨 앞에 섰고, 외곽에서 출발한 초격차는 뒷 직선주로 500M 지점에서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초격차의 달리기는 곡선주로에 접어들며 시작됐다. 외곽주행의 불리함을 무시한 채, 초격차는 초반 페이스를 그대로 끌고 가며 경쟁자들을 혹사했다. 함께 선두를 달리던 보령라이트퀸의 발걸음이 아슬아슬해 보일 정도였고, 초반 선두그룹과 후미 마군을 형성하던 주자들은 2마신 이상 떨어진 채 선두를 쫓았다.

직선주로에 접어드는 순간 후미 대다수의 마필들은 오버페이스에 끌려 체력을 소진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최은경 기수는 고개를 돌려 타 주자들이 가까이에 있음을 확인했고, 고삐를 풀고 두 팔을 밀어붙이며 채찍을 뽑아 초격차를 격려했다.

그들의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뒤에는 드넓은 모래만이 남겨졌을 뿐이다. 초격차는 넓은 보폭과 유려한 템포로 발걸음을 유지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후미와 14마신의 거리를 벌린 초격차의 타임은 1분 39.7초로, 이는 24년도 부경경마에서 2세마들 중 유일하게 1분 40초의 벽을 깬 기록이고, 가장 빠른 기록이기도 하다.

초격차는 머스킷맨과 하이키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모계와 형제마로 봤을 때 혈통적 배경이 화려한 편은 아니며 거래가도 중위가에 속한다. 하지만 부계 형제마이자 메니피의 주요 자마인 위너스맨, 라온퍼스트, 라온더스퍼트처럼 데뷔 초반부터 재빠른 발걸음으로 후미와 큰 착차로 우승을 거머쥐고 있다. 아직 단언하기 이르나, 어쩌면 3세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의 주인공을 우리는 미리 눈여겨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