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위 기간 70년으로 영국 최장 집권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
현재 영연방에 포함된 국가는 물론 전 세계로부터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경마사랑은 각별했던 것으로 유명한데, 통치 기간 중 그녀와 열정을 공유한 스포츠인들이 깊은 애도를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왕이 소유한 경주마가 1954년, 1957년도에 출전했던 챔피언 플랫 경주에서 성공적으로 1위를 기록하며 그녀에게 우승의 영광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리고 2013년 여왕의 경주마 에스티메이트(Estimate)가 로열 애스콧 골드컵(Gold Cup) 경주에서 1위를 차지했을 당시, 여왕은 60년간 마주로서 영국 경마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마주협회(Racehorse Owners Association)에서 선정한 2013년 '올해의 마주(Owner of the Year)'가 됐다.
그녀는 1952년 2월 아버지 조지 6세가 사망하면서 왕위에 오른 후, 어린 시절부터 매료되었던 왕실의 말들을 경주시키고 번식시킬 것임을 발표했으며, 매년 엡섬의 더비 경주뿐만 아니라 개막 마차를 타고 경마장에 오르면서 왕실 행렬이 이뤄지는 로열 애스콧에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었다.
여왕과 여왕 어머니가 공동으로 소유했던 경주마 모나벤(Monaveen)은 1949년 그녀의 첫 번째 우승마가 되었고, 뒤이어 여왕이 소유한 경주마들은 5개의 영국 클래식 경주(더비, 오크스, 세인트레저, 2000기니, 1000기니) 중 4개의 경주에서 입상에 성공했다. 1957년 오크스 경주에서는 카로자(Carrozza)가 레스터 피고트(Lester Piggott) 기수와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고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1년 후에는 팔몰(Pall Mall)이 2000 기니 우승마 타이틀을 얻게 됐다.
또한, 1974년 하이클레어(Highclere)가 1000기니 경주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샹티이의 프리 드 다이앤(Prix de Diane) 경주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여왕의 경주마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말로 알려진 던펌린(Dunfermline)은 1977년 오크스(Oaks)와 세인트 레저(St Leger)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많은 경마팬들을 열광케 했던 바 있다.
1955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기리는 목적으로 나이트 로얄 스테이크스(Knights' Royal Stakes) 경주가 퀸 엘리자베스 2세 스테이크스(Queen Elizabeth II Stakes)로 변경되면서 새롭게 창설되었다. 이 경주는 1987년도에 그룹1 지위를 받았으며, 현재까지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시행일이 매년 10월로 바뀌게 되면서 브리티시 챔피언스 데이(British Champions Day)라는 새로운 일정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브리티시 챔피언스 시리즈의 마일 부문 결승전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영연방 국가인 호주에서는 퀸 엘리자베스 1세 경주(Queen Elizabeth Stakes)가 개최되면서 가을마다 이목을 끌고 있다.
영국 경마계는 큰 별이자 지지자를 잃은 슬픔에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