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1등급 스테이어로서 다양한 장거리 대상 및 일반경주에 출전하며 경마 팬들에게 꾸준히 얼굴을 비추었던 치프인디가 2024년 11월 9일부로 퇴역, 경주마의 삶을 끝내고 승용마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치프인디는 중·장거리에서 큰 활약을 펼쳤던 테이크차지인디와 시티스플래쉬 사이에서 태어났다. 모마 시티스플래쉬도 25전 3승, 준우승 7회의 좋은 성적을 낸 마필이며, 단거리와 중거리를 주력으로 활약했다.
이전 18조의 박대흥 전 조교사의 마방에서 경주마의 삶을 시작한 치프인디는 경마 황태자 문세영 기수와 호흡을 맞췄다. 코비드-19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텅 빈 경마장에서 유일하게 울려 퍼졌던 말발굽 소리와 채찍 소리, 그리고 기수들의 거친 호흡 속에서 치프인디는 데뷔전을 3위로 마무리 지었다.
가능성을 내비쳤던 치프인디는 루키 스테이크스@서울 특별경주에서 3위, 제주특별자치도지사후원특별@서울 특별경주에서 4위에 자리했다. 그 직후 치프인디는 3세 시절 순조롭게 거리를 늘리며 4연승에 성공하였지만, 탈장이 발병하여 약 3개월간의 치료와 휴식기를 지니고 복귀했다.
치프인디는 3세가 되고 트리플 크라운 시리즈에 출전하여 나름대로 선전했다. KRA컵 마일(G2)에서 3위에 자리했고, 코리안더비(G1)에선 아쉽게도 6위에 자리하였으나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2)에서 트리플 크라운 2관을 달성한 히트예감을 쫓아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며 더비마 위너스맨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박대흥 조교사의 은퇴로, 치프인디는 50조 박재우 조교사 마방으로 이적했다. 4세 시절엔 스포츠조선배(L) 준우승, JRA(일본) 트로피 특별경주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스테이어로서의 삶이 시작되었고, 부마 테이크차인디와 모마 시티스플래쉬의 혈통적 배경과는 다르게 1800M 이상의 경주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치프인디는 5세에 접어들자 프리미어 시리즈와 스테이어 시리즈에 꾸준히 모습을 드러내며 경마 팬들에게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일반경주에서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나, 한때 넘어섰던 위너스맨의 뒤를 쫓아 달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치프인디는 지난 3월 있었던 해럴드경제배(G3)에서 크지 않은 차이와 함께 4위로 입상했지만 곧바로 이어진 YTN배(G3)에서 패착하고 만다. 그 이후로 양 앞다리에 구절염이 발생해 계속해서 하락세를 겪다, 끝내 직전 경주에서 펼쳐진 아메리카골드와 마이티뉴의 극심한 오버페이스를 쫓은 것이 큰 무리가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치프인디는 4년간의 경주마 생활동안 33전(10/4/5/2/2)을 치르고, 약 7억 3천만 원의 상금을 수득했다. 트리플 크라운에서 위너스맨을 넘어서며 인상적인 모습을 선보였고, 서울의 스테이어로서 꾸준히 출전하며 경마 팬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과연 이 경주마가 한국경마의 역사에 큰 획을 그었느냐고 묻는다면 그리 하였다고 대답할 순 없지만, 그 역사의 일부가 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